2020년 2월 23일 일요일

보다못한 ‘에클버그 눈’이 ‘올빼미 눈’으로 현신 했다.

과목: 위대한 개츠비 원서 읽기/과제
제목: 보다못한 ‘에클버그 눈’이 ‘올빼미 눈’으로 현신 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게츠비’를 영문으로 읽는 중이다. 그것도 열심히. 이 소설의 유명세야 익히 알고 있었다. 영화화 된 것도 여러번이라 한다. 아쉽지만 영화를 본적도 소설을 번역본으로도 온전히 읽은 적도 없다. 그냥 미국 고교 교과서에 실릴정도의 필독서라는 이야기만 주워 들었을 뿐이다. 기회가 있어 영문 원서로 읽는 수업에 수강했다. 그리고 인상적인 장면을 고르라는 과제를 받았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 만큼 줄거리, 감상평등의 글이 인터넷 상에 널렸다. 이에 감상문을 하나 더 보태기보다 인상적인 장면을 골라 보기로 했다. ‘올빼미 눈(owl-eye)’이 개츠비의 안장식에서 뇌까린 말이 인상적이다. ‘불쌍한 개자식(The poor son-of-a-bitch)’ 무엇이 불쌍하고 무엇이 ‘개자식’인가. 그저 개츠비의 허황된 파티에 두어번 참석했을 뿐인 ‘올빼미-눈’이 무심코 내뱉은 말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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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know how he knew about the funeral or even his name. The rain poured down his thick glasses and he took them off and wiped them to see the protecting canvas unrolled from Gatsby’s g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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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의 눈(owl-eye)’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지나가는 사람 아무게’ 급의 인물이다. 이름이 나오지 않고 마치 별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1장 주요 인물의 소개에도 나오지 않던 인물이다. 하지만 이 인물에 대해 주목하게 된 이유는 개츠비의 무덤앞에 선 ‘유일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소설의 관찰자인 닉과 개츠비의 아버지를 제외하면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이름도 모른다. 그 ‘올빼미-눈’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비내리는 묘지에 안장식에 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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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tried to think about Gatsby then for a moment but he was already too far away and I could only remember, without resentment, that Daisy hadn’t sent a message or a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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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말에 ‘정승의 개가 죽으면 문상을 가도 막상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다’는 말이 있다. 같은 이유인가 개츠비의 장례식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게츠비가 여름내내 그의 궁전에서 열었던 카니발 급의 파티에 북적이던 부나방들은 게츠비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것일까? 아마도 다른 불빛을 찾아 떠났을 것이다. 개츠비의 권력은 돈 이었을 터다. ‘올빼미-눈’이 마지막으로 뱉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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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or son-of-a-bitch,' he said.
'불쌍한 개자식,' 그(올빼미 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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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개츠비 이자 '개자식' 개츠비다. 이 한마디에서 ‘올빼미 눈’이 많은 것을 지켜본 ‘에클버그의 눈’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연인(어쩌면 집착인지도 모르지만) 데이지조차 아무런 조사나 심지어 꽃 한송이 보내오지 않았다. 하물며 그져 유희를 쫒던 부나방들이야 오죽했으랴. 모두 ‘돈’ 이라는 안위와 권력으로 따라 떠났고 개츠비는 버려졌다. ‘불쌍한’ 개츠비다. 개츠비는 돈으로 궁전을 쌓았다. 돈은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안과의사 에클버그(Eckleburg)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부산물인 쓰레기와 난방을 위해 타고 남은 재의 처리장, ‘재의 계곡’에 버려졌는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낡아버렸는지 알 수 없는 대형 입간판에 써있는 이름이다. 안과광고 입간판에 커다란 눈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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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above the gray land and the spasms of bleak dust which drift endlessly over it, you perceive, after a moment, the eyes of Doctor T. J. Eckleburg. The eyes of Doctor T. J. Eckleburg are blue and gigantic--their irises are one yard high.

잿빛 땅과 끝없이 그위를 떠다니는(drift) 황량한(bleak) 먼지의 경련(spasm) [인부들이 휘저어서 먼지들이 급격히 휘날림] 위에 잠시후 사람들은 티제이 에클버그 의사의 눈을 알아챘다(perceive). 티제이 에클버그 의사의 눈은 파랗고 거대하여 그 눈의 홍체(iris)는 일 야드 나 된다. [재 매립지에 버려진 안과의사의 간판에 그려진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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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his eyes, dimmed a little by many paintless days, under sun and rain, brood on over the solemn dumping ground.
하지만 칠하지 않은 세월로 인해 태양과 비맞아 다소 흐려진 그 눈들은 장엄한(solemn) 하치장 위에서 골똘이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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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od'. 입간판의 눈이 골똘이 생각중이다. 그 눈은 재의 계곡을 내려다보고 있다. 자본주의의 꽃과 더러움을 모두 노려보는 눈이다. 이 눈은 의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올빼미 눈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개츠비가 연 카니발 급 파티에서 였다. 닉과 베이커양이 게츠비를 찾아 헤메는 중에 취해 있는 ‘올빼미 눈’을 발견한다. ‘올빼미-눈’은 게츠비의 서제에 ‘장식’된 책들을 살펴봤던 모양이다. 인사불성으로 취한 와중에도 개츠비가 속빈 부자가 아니라며 변호한다. 게츠비는 굳이 그 책들을 읽은 척 하려하지 않았다는데 감동한다. 개츠비는 비록 허세를 부릴 망정 선을 넘지는 않았다. 호기심 많은 ‘에클버그의 눈’이 올빼미 눈으로 현신하여 개츠비의 서재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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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out, middle-aged man, with enormous owl-eyed spectacles, was sitting somewhat drunk on the edge of a great table, staring with unsteady concentration at the shelves of books. As we entered he wheeled excitedly around and examined Jordan from head to foot.

뚱뚱한 중년의 남자가 커다란 올빼미 안경(spectacles)을 쓰고 약간 취한채 불분명한 눈으로 선반에 놓인 책을 응시하며 커다란 책상 끝에 앉아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그는 급격히 한바퀴돌더니 조던을 머리에서 발까지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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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real--have pages and everything. I thought they'd be a nice durable cardboard. Matter of fact, they’re absolutely real. Pages and--Here! Lemme show you.

"완벽한 진품들이요. [껍데기만 있는 장식용 가짜책들이 아니라] 페이지와 그외 모든걸 갖춘 (완전히 진짜들이오). 나는 저것들이 잘만든 단단한 골판지 일지 모른다고 생각 했었지요. 사실 말이지 저것들은 완전 진짜요. 페이지들과.... 여기, 보여드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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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ing our scepticism for granted, he rushed to the bookcases and returned with Volume One of the "Stoddard Lectures."

우리가 의심스러워 한다고 간주 했는지(for granted) 그는 책장으로 달려가서 "스토다드 강연집" 1집을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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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he cried triumphantly. "It's a bona-fide piece of printed matter. It fooled me. This fella's a regular Belasco. It's a triumph. What thoroughness! What realism! Knew when to stop, too--didn’t cut the pages. But what do you want? What do you expect?"

"봐요!" 그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진짜(bona-fide: 성실한,진짜의) 인쇄한 것들이야. 이친구(책주인=게츠비)는 정말 벨라스코(Belasco)라구. 굉장하군. 완벽해! 사실주의(realism)라니! 게다가 어디서 멈출 줄도 알아.... 낱장 뜯지도 않았잖아. 그런데 뭘 기대한거지? 뭘 원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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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올빼미-눈’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파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도랑에 쳐박고 차 바퀴가 빠지는 줄도 모르는 일행중 하나다. 사람들이 비난에 그저 어리둥절 해 하며 내가 운전한게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다. 어리바리하다 못해 다소 무책임한 눈이다.

개츠비의 돈이 자본주의의 꽃이 아니라는 것을 ‘에클버그의 눈’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톰이 수리공의 아내와 부정을 저지르는 현장도 지켜봤다. 비극의 날 게츠비와 톰은 그 눈이 지켜보는 길을 지나 달렸다. 그 눈은 톰과 개츠비의 차가 바뀌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비극이 벌어지는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사실 낡은 입간판이 달리 할일이 없었겠지만 바람에 쓰러지기라도 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저 게츠비가 톰의 정부 남편의 손에 죽는 것을 지켜본다. 어리바리 한 ‘눈’이다.

그 어리바리한 ‘에클버그의 눈’은 더러운 돈, ‘개자식’ 개츠비를 제거했으나 버림받은 ‘사랑’이 못내 아쉬웠던지 ‘올빼미의 눈’으로 현신하여 ‘불쌍한’ 개츠비를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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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oor son-of-a-bi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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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가장 결정적 장면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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