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0일 금요일

"A White Heron", 아름다운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소설

"A White Heron", 자연 다큐멘터리

이 소설은 1886년 미국 뉴잉글랜드의 한 산촌을 배경으로 쓰여진 자연 다큐멘터리다. 산촌의 풍경과 일상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적 요소로서 손녀를 데려다 키우는 외할머니,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도시 청년과 소녀의 풋사랑을 가미했다.

이 청년은 조류학자 청년은 백로를 찾아 이곳까지 왔다가 길을 잃었다. 오솔길에서 소녀 목동을 만났다. 이 소녀는 도시에서 어렵게 살다 외할머니 손에 이끌려 산골로 왔다. 소녀가 살골로 온지 일년 가량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연의 일부처럼 살아가는 중이다. 산골 이곳저곳 안가본 곳이 없다. 산짐승들을 쫒아 해가 지는 줄도 모른다.

갑자기 나타난 청년은 총을 메고 있다. 새를 사랑한다며 새를 잡아 박제하여 보존 한다고 했다. 모순이긴 해도 아주 공손한 청년이다. 이 조류학자는 수년간 희귀한 백로를 갖고 싶어 한다. 자연은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있을까? 청년에게 연심을 느낀 소녀는 백로를 찾아 주고 싶다. 어쩌면 그 새를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두렵지만 그 청년의 호감에 이끌린다. 게다가 그는 댓가로 거액을 제안하지 않았던가.

소녀는 조류학자에게 백로의 둥지를 알아다 주려고 새벽에 일어나 홀로 숲으로 갔다. 백로 둥지를 찾기 위해 높은 소나무에 오르는 도중 자연과 교감한다. 새벽 이슬을 머금은 솔가지 조차 소녀가 떨어지지 않도록 꺽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나보다. 밤을 세우고 자러가는 야행성 동물들의 부산한 소리, 아침을 맞으러 깨어나는 부지런한 새들의 지저귐. 잠을 깨웠다고 야단이다. 마침내 소나무 꼭데기에 올랐다. 멀리 바다위로 동이 터온다. 처음보는 장엄한 광경이다. 청년에게 잘 보이려고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 왔다.

해가 뜨고 있다. 동트기전 보라색 구름, 아침 노을이 비치기 시작하며 장미빛으로 변하다 이윽고 황금색으로 변한다. 소녀는 바다를 본적이 있을까? 적어도 이렇게 장엄한 모습은 처음일 터였다.

높이올라 세상을 둘러본다. 여기저기 하얀 인가, 교회의 뾰족탑. 잿빛 매 두마리가 눈앞에서 날고 있다. 멀리 늪가의 소나무 숲에서 흰점 하나가 초록물결 위로 날아 오른다. 가늘고 긴다리, 부드러운 흰깃털, 기묘한 목을 하고 활짝편 날개 끝을 펄럭이며 유유히 나는 백로를 발견했다. 이윽고 시끄러운 개똥지빠기 떼에 밀려 녹음 아래로 내려갔다. 백로 둥지가 저기 있다.

소녀는 백로의 둥지를 사냥꾼에게 알려 주기를 주저한다. 무엇이 그녀의 입을 막았을까? 마침내 그녀는 자연을 깨닳는다. 그녀의 연정은 그날로 빈손으로 떠났다. 외로운 소녀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 소녀를 더이상 외롭게 하지 말자. 자연으로 돌아가 소녀와 함께하자. 훼손되기 전에.

이 소설은 긴장이 없다. 등장 인물 사이에 갈등 구조가 없다. 서술자의 시점도 특이하다. 배경을 묘사하고 상황을 설명한다. 주인공이 관찰하는 두꺼비의 입장이 되거나 둥지를 찾아 오르는 소나무의 입장에 서기도 한다. 심지어 자연이 되어 주인공과 대화한다. 주인공이 자연과 교감하였음을 설명한다. 갈등과 긴장보다 설명 위주다. 그래서 소설 보다는 한편의 잘 만들어진 자연 다큐멘터리라고 할 만하다. 급기야 자연으로 돌아가 소녀를 외롭지 않게 하라고 명령하지 않은가!

또한 이 소설의 문장 구조상 특이한 점은 문장 부호의 활용이다. 세미콜론이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미콜론은 상황의 보조설명을 위해 활용되는 문장부호다. 배경과 서술 시점이 변화할 때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세미콜론을 사용한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소설을 완역해 봤다. 가급적 원문에 가깝도록 직역 하였다. 복합 문장은 읽기 편하도록 분해하고 나름대로 감상을 첨가했다. 소설을 감상하기 보다 문장을 분해하고 이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이과 전공자의 습관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물론 비전공자의 견해이니 분해와 해석이 바르다고 할 수 없다.

* 한국 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과 신현욱 교수님의 강독을 참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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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읽기] "A White Heron" (1)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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