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ellow Wallpaper'의 음모론적 해석
서론
그동안 소설을 읽을 때 작가의 배경까지 이해하면서 읽지는 않았다. 그저 눈에 띄어서 혹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선택하곤 했다. 그러다 영문 단편소설 수업을 수강하며 토론을 하고 여러 해석을 통해 소설이 더욱 흥미로워 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업에서 'The Yellow Paper'를 읽고, 그 토론중에 '음모론'이 있었다. 의사인 남편은 그의 아내를 서서히 살해(으시시 하다!)할 의도를 가졌다는 것이다. 19세기 말의 한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작가의 작품에서 음모론이라니 그저 흥미로운 해석이라고 지나칠 수 있겠으나 전혀 근거가 없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찾아보기로 한다. 남편은 계획이 있었다.
본론
이 소설속의 화자는 정신적으로 쇄약한 상태다. 산후 우울(postpartum depression)을 격는 중이란다. 그녀의 남편은 의사다. 'Physician' 이라고 하니 산부인과 의사도 아니고 더구나 정신과 의사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치료랍시고 시골 요양을 택했다. 물론 그의 동료인 다른 의사로부터 처방이라고 한다. 잘먹고 쉬면 나아지는 일시적 공황(temporal depression)이라는 처방과 함께.
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을 배경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그녀는 19세기 말 여성의 사회적 대우와 건강개선에 많은 활동을 했다고 한다. 작가 자신도 산후우울을 격었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치료법이 'rest cure'라는데 꼼짝말고 침대에 누워있기다. 오즉하면 'Bed rest'가 동의어다. 사람들과 사교도 금하고 심지어 글쓰기조차 금지한다. 19세기 말은 격동하는 20세기의 산업적 혁명과 사상적 혁명이 폭발하기 직전의 시기다. '세기말'이 대혼란을 뜻하게된 연유가 아닐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유행하고 갖가지 정신과 치료도 유행했단다. 그런데 산후우울의 치료에 'rest cure'가 주된 처방이었던 모양이다. 산후조리에 그냥 쉬면 된다니 여성의 건강에 대해 그만큼 무지를 반증하는 것일까? 작가는 자신이 격었던 이 감옥과도 다름없는 치료법에 반대한다. 작가의 전남편도 의사였다. 작가는 그 이후 재혼했다. 조사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만 전남편의 기억이 곱지 않았다면 '음모론'의 근거에 도움이 될까?
소설의 속의 화자는 자신이 어떻게 아픈지 알고 있다. 산후우울이다. 그 치료로서 'rest cure'를 처방받은 모양인데 글쓰기를 금지 당한다. 하지만 대항하지도 않는다. 억압받고 있다. 남편이 의사라지만 자신이 앓고 있는 우울증 전문의도 아니다. 남편 친구인 다른 의사가 정신과 의사였을 것이다. 이 정신과 처방에 더해 내복약 처방도 병행된다. 잘먹고 쉬어야 한다며 강장제와 함께 복용한 약이 있었다. 인산염(Phosphate)인지 아인산염(Phosphite)인지. 인산염은 식품 첨가제이지만 아인산염은 살충성분이 있는 화학물질이다. 화자는 남편의 의도를 알고 있다. 세상에! 발음도 비슷한 화학물을 구분하는 것으로 작가는 서스펜스(suspense)를 삽입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사기협박에는 구체적 숫자나 이름, 명칭 따위를 넣으면 그럴듯 해 보이니까 말이다. 물론 사실과는 상관 없이.
남편은 아랫층 넓고 편안한 방들은 놔두고 윗층 방을 쓰자고 고집한다. 더구나 이 방은 기이하다. 창살이 쳐있고 괴상한 무늬의 벽지가 발라져 있다. 여기저기 찢겨진채로. 키보다 높은 위치에 웬 고리가 달려있다. 방에서 퀴퀴한 지린내 노란(yellow) 냄새도 난다. 누가 여기 갖혀 있었던 것일까? 의사인 남편은 환자인 아내가 편안해 하는 곳으로 부터 떼어놓을 참이다. 시골에 온것은 우울증 치료가 목적이 아님이 분명하다,
작가는 어릴적 미술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재능도 어지간 했던 모양이다. 작가의 이런 경험이 소설속 화자에게 반영되었다.
벽지의 이상한 무늬는 불편하다 못해 마치 감옥의 창살같다. 실제로 창에 창살이 쳐있다. 남편은 아내에게 치료를 제공한다며 감옥같은 방에 가뒀다. 서서히 사그러들길 바라면서 그랬던 것이 분명하다. 곧 나아질 것이라며 미소를 지으면서.
소설의 주인공은 미적 감각을 지녔다. 정원의 비록 관리되지 않아 지저분 하지만 곧은 회양목 담장, 부둣가로 뻗은 곧은 길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강가를 거니는 사람들을 상상하는 것으로 보아 사교적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남편은 치료라면서 상상조차 막는다. 그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다. 하지만 가둬 놓으면 우울증이 깊어질 것이란 것은 상식이다. 욕망을 억누르면 병된다. 더구나 '살충제'를 먹이는 중이 아닌가. 남편은 의도가 있다.
화자는 자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으며 남편과 그의 의사친구가 어떤 처방을 내렸는지 알고 있다. 화자는 그 처방의 목적을 알고 있는 듯하다. 무섭다. 불편하던 벽지 무늬가 마침내 창살이 되어 조여온다. 달빛에 창살의 그림자가 벽지무늬에 드리우고 그 뒤로 어떤 여자가 기어다닌다. 어둠속에서 웅크린 모습이다. 어둠속에서 그림자로 웅크리며 비틀거리면 귀신이다. 이대로 사그러져야 하는가. 이래선 안된다. 기운을 차리자.
화자의 남편은 뭔가 의도가 있다. 치료라며 부인을 위층 방에 가두고 마을로 간다. 요양이라고 하면서도 마을에 뭔가 할일을 만들어 두었다. 이곳에 오기전 부터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치밀하다. 삼개월 요양을 마치고 떠나는 그날까지도 남편은 마을에 볼일이 있단다. 매우 실용적이고 치밀한 사람이다. 그는 분면 뭔가 계획이 있다. 일단 감옥에어서 탈출하기로 한다. 벽지를 다 뜯어내자. 그러는 사이에 남편이 왔다. 문을 잠궈 놓길 다행이다. 그가 문 열라며 성화다. 열쇄를 마당으로 던졌다. 남편이 마당으로 열쇄를 찾으러 나가는 사이에 문을 박차고 나간다. 탈출이다.
결론
이 소설에는 숨은 음모가 있다. 남편은 의도가 있다. 정신과 의사도 아닌 일반의로서 친구를 대동하여 자신의 아내를 압박한다; 유행하는 'rest cure'라면 감쪽 같겠지. 아니다 약도 복용 시키야 겠다. 아인산염을 먹이며 인산염이라고 하면 어찌 알겠는가. 남편은 의사라는 가면을 쓰고 비전문 분야의 증상에 처방을 내민다. 그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음모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귀신 나올것 같은 음산히고 낭만의 정점에 이른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유복한 의사의 가정에 이런 모종의 음모가 진행중이었던 것이다!
덧붙임,
이 소설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신장에 대한 해석이 대부분이다. 그 중 '황색언론, Yellow Journalism' 에 대한 비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sprawling flamboyant patterns committing every artistic sin"을 황색언론의 자극적인 제목뽑기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모론의 시각에서 해석해 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작가를 실제로 진찰하고 'rest cure'라는 처방을 내렸던 의사가 이 소설을 읽고 자신의 처방이 잘못 돼었노라고 술회했다고 한다. 한편의 글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세명의 이모가 있는데 모두 그시대의 진보적 지식인 이었다. 세분 모두 인권운동가, 작가 였다. 그중 한분이 '톰아저씨 오두막'의 저자 스토우 부인. 작가가 어렸을 적에 그녀의 아버지가 부인과 아이들을 두고 나가버렸지만 좋은 교육을 받고 인권운동가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이모들의 덕이 컷다.
이 소설에서 무늬에 집착하는 것은 소싯적 미술학교에 다닌 탓이다. 디자인에 관한 일부 전문용어(대칭성, 일관성, 반복성 등)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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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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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1] The Yellow Wallpaper,
https://www.nlm.nih.gov/exhibition/theliteratureofprescription/exhibitionAssets/digitalDocs/The-Yellow-Wall-Paper.pdf
[2] The Yellow Wallpaper, Wiki Encyclo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he_Yellow_Wallpaper
[3] Rest Cure(Bed Rest), Wiki Encyclopedia, https://en.wikipedia.org/wiki/Bed_rest
[4] Yellow Wallpaper - Animated, https://youtu.be/3ewLvOAibDk
[5] The Yellow Wallpaper: Crash Course Literature #407, https://youtu.be/rtepIKeNH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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